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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유학_포트폴리오_비물질의 물질화, 그리고 흔적 본문

비물질의 물질화, 그리고 흔적
어둠은 단순히 빛이 부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직 형상화되지 않은 무수한 기억과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가능성의 심연이다. 작품 그림에서 캔버스를 압도하는 거친 검은 표면은, 시간의 흐름 속에 마모되고 침묵 속에 가라앉은 내면의 풍경을 대변한다. 그 짙은 침묵을 깨고 거칠게 솟아오르는 원색의 유채 물감들은, 비물질적인 존재—기억, 감정, 그리고 찰나의 장력—가 어떻게 물리적 실체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다.
나의 작업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 즉 '비물질의 물질화'라는 화두에서 출발한다. 시간이나 감정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가치들을 시각적, 촉각적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며 무수한 질문을 던진다. 카라바조가 어둠 속에서 극적인 빛을 끌어올려 인간의 실존을 증명했고, 말렌 뒤마가 거친 붓질로 인간 내면의 날것 그대로의 긴장감을 드러냈듯, 나 역시 캔버스 위에 물리적 궤적을 남기며 그 보이지 않는 텐션을 붙잡고자 했다.
그림속에서 두껍고 불규칙하게 엉겨 붙은 물감의 덩어리들은 정형화된 형태를 거부한다. 붉고 노란 파편들은 마치 차가운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격렬하게 충돌하고, 한편에서는 차분한 청록과 백색의 터치가 그 혼돈을 감싸 안는다. 이 통제되지 않은 질감과 색채의 덩어리들은 정답을 내리기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이면의 서사를 상상하게 만드는 '질문'의 공간이 된다.
완벽하게 정돈된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 물성(Materiality)의 한계와 우연성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것. 그것은 나에게 사회적 책임과 인간적 유대를 시각화하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무게를 물리적인 마찰력으로 치환해 내는 이 작업은, 앞으로 내가 마주할 무수한 디자인적 실험과 시각적 탐구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단단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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