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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 망거진 자전거

padi 2025. 7. 30. 15:44

골목길, 그리고 망가진 자전거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잊은 듯 고요히 자리한 골목길. 그 좁고 굽이진 길은 낡은 담벼락과 빛바랜 간판들로 가득하다. 햇살조차 비집고 들어오기 힘든 그곳에는 오래된 이야기와 잊혀진 추억들이 먼지처럼 쌓여 있다. 그리고 그 길 모퉁이, 낡은 벽에 기대어 서 있는 한 대의 망가진 자전거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녹슨 체인과 휘어진 바퀴, 바람 빠진 타이어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음을 말해준다. 한때는 누군가의 발이 되어 신나게 질주했을 이 자전거는 이제 그저 골목길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페인트는 벗겨지고 안장은 찢어졌지만,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애잔함과 함께 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고단한 숨을 고르는 노병처럼, 자전거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골목길은 그 자체로 삶의 축소판이다. 왁자지껄한 대로변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느리고 조용한 호흡이 이어진다. 낡은 대문 너머로 들려오는 밥 짓는 냄새,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가끔씩 지나가는 고양이의 그림자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꾸밈없다. 그리고 그 골목길 한편에 멈춰 선 자전거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들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어쩌면 이 자전거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젊은 날의 열정으로 힘껏 페달을 밟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처를 입으며 멈춰 서게 되는 순간들. 하지만 그 멈춤이 곧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망가진 자전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묵묵히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회복재생의 가능성을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다.

골목길의 망가진 자전거는 나에게 묻는다. 빠르게만 달려야 하는가?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낡고 오래된 것들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는 없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빛바랜 자전거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낡은 모습 속에서, 나는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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